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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나눔

배낭싸기

작성자 아모스 | 날짜 2018/05/31 | 첨부 IMG_3459.JPG IMG_3459.JPG

긴 여행을 계획했다. 이 여행을 위해 필요한 배낭싸기에도 꽤 공을 들였다. 세계일주 경험자들의 경험과 인터넷 정보, 각종 여행정보 서적을 통해서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고 사는 데만도 며칠이 걸렸다. 세면도구, 계절별 옷, 카메라와 카메라 주변용품을 시작으로 하여 헤어 드라이어, 휴대용 정수기, 10리터를 담을 수 있는 접이식 물통, 각종 방수비닐가방, 침낭, 책 서너 권 등 이것 저것을 다 합치니 배낭의 무게만 20킬로그램이 조금 넘었다.


여행을 떠나면 이런 저런 고생을 하게 되지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배낭의 무게와 크기였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올라타면서 문에 끼여서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좁은 골목이라도 지날 때면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민폐를 끼쳤다. 휴식을 위해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다시 짊어지려면 갖은 몸부림을 쳐야 다시 짊어질 수 있었다.


나는 나에게도 불편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불편한 이 배낭을 끝까지 고집했다. 이 고집은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고생하는 나에게 왜 이렇게 불친절 한 거야’라는 불평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불평은 ‘배낭을 효율적으로 잘 싸는 방법’을 꾸며내는 꾀가 되었다. 무게는 어쩔 수 없지만 부피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정말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해낼 눈이 없었다. 무거운 배낭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숙소 한 켠에 모든 짐들을 늘어 놓았다. 사용 빈도가 적은 것부터 한 켠에 정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중에는 단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도 있었다. 그렇게 짐들을 정리하니 부피는 삼분의 일로 줄어들었고, 무게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작고 가벼워진 배낭으로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이것 저것 챙길 것이 많다. 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하고, 외국어도 능통해야 하고, 인맥 관리도 잘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노후 준비도 하라고 한다. 살아가기 위한 배낭에도 이것 저것을 구겨 넣고 있다. 이 짐이 너무 무겁다 보니 이 사회를 탓하고, 주변 환경을 나무라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자기관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아직 구별해내지 못하고 있다.


2천년 전 척박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았던 예수라는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벌 옷을 챙기지 말고, 돈이나 전대도 가지지 말고 여행을 떠나라.” 무슨 패기인가 싶지만 사실 그 속에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라는 것이지 않을까? 무거운 짐을 메고선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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